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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원료용 중유 과세? 개별소비세는 소비재에 부과해야

작성자
김형건
작성일
2023-11-27 08:13
조회
331

시대가 바뀌면 세상의 많은 것들이 변해간다. 세월에 따라 생활양식이 바뀌고 우리의 생각들도 조금씩 바뀌어 간다. 예전에 당연해 보이던 것들이 지금은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고 예전에 이상해 보이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다양한 세금 중 세월의 흐름을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단연 개별소비세일 것이다.

 

1999년까지만 하더라도 텔레비전, 냉장고, 커피, 콜라 등에는 사치품이란 명분으로 귀금속이나 보석과 함께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의 옛 이름)가 부과되었고 지금은 잊혀진 이름이지만 프로젝션 TV와 PDP 텔레비전 등이 새로이 과세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가 폐지되기도 했다.이외에도 세탁기, 초콜릿, 오디오 등 지금의 시점에서 봤을 때 누진성 강화를 목적으로 부과되던 당시 특별소비세의 대상으로는 상당히 동떨어져 보이는 재화들이 많다.

 

일반 국민에게는 낯선 상품일 수도 있으나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역시 관련 산업이나 학계에서 보기에는 냉장고에 사치세를 부과하는 것만큼이나 어색해 보이는 사례이다.

 

중유는 원유를 사용하여 휘발유나 경유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석유 제품들을 생산한 뒤 마지막에 남는 제품이다. 다른 석유 제품들보다 가격이 낮아 발전소나 선박 등 주로 산업용 연료로 사용된다. 2011년 이후 국내 정유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원유 대신 값싼 중유를 원료로 석유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도화설비에 10조원이 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였다. 이후 우리나라에서의 중유는 발전소나 선박 등의 연료로 소비되기도 하지만 원유를 대체해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도 사용된다.

 

석유제품의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중유는 최종 소비재가 아닌 다른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중간재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중유의 용도는 개별소비세의 대상과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하지만, 현행 개별소비세법에서는 여전히 중유의 용도를 고려치 않고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진행된 기술의 진보와 정유 산업의 변화를 아직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경제의 효율성을 위해서는 중간재로 사용되는 원료보다 최종재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산 단계의 중간재에 과세가 되면 해당 원료의 상대적 비용 상승으로 기업은 과세 이전의 생산량을 생산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세금으로 인한 비용 상승은 결국 소비자에게 귀착된다. 그럴 바에는 최종 판매 단계에 세금을 부과하고 생산 단계에서는 비용을 낮추어 적정량의 재화를 생산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거의 모든 주요국에서 원료용 중유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이유이다.

 

국내 정유산업은 그간 지속적인 설비 투자를 통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 고도화설비에 대한 투자 역시 정유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이다. 더욱이 원유를 100% 수입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원료의 다양화를 통한 위험 분산이 에너지 안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유가의 변동성이 심해지는 요즘과 같은 시기에는 더욱 그렇다.

 

다행히, 현행 개별소비세법상에서도 석유화학 공업용 원료나 비료, 농약 등의 생산을 위해 사용되는 석유제품에 대해서는 용도를 고려해 세금을 면제해 주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원료용 중유에 대한 개별소비세 역시 이른 시일 안에 면제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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